3편. ‘내 탓은 아니잖아!’ – 서로 탓하는 심리가 부른 파국(부제: 책임 전가의 함정, 관계가 무너지는 순간)

‘내 탓은 아니잖아!’ – 서로 탓하는 심리가 부른 파국

(부제: 책임 전가의 함정, 관계가 무너지는 순간)

1. 관계의 균열과 함께 시작된 ‘네 잘못이야’ 심리

(가) 1·2편에서 쌓였던 갈등의 연장선

👉 1편. 뜨거웠던 우리는 왜 식어버렸을까? (부제: 섹스리스 초입의 결정적 신호, 무심코 지나친 그 순간들)

👉 2편. ‘괜찮아지겠지?’라는 착각(부제: 방치하면 더 깊어지는 마음의 간극, 언젠가 터질 폭탄)
 

이전 칼럼들에서 우리는 사소한 변화(1편)를 방치하거나, ‘괜찮아지겠지’라는 막연한 낙관(2편)으로 무시해오면서 감정의 골이 점차 깊어지는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그렇게 쌓여온 서운함과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네가 문제야”라고 책임을 돌리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그동안 “우리는 특별하니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야”라는 믿음이 있었더라도, 방치와 회피가 거듭된 뒤에는 이미 상황이 상당히 뒤틀린 상태가 됩니다. 이 시점에서 갈등의 화살은 서로를 향해 날아들고, “내 잘못은 아니니, 네가 더 바뀌어야 해!”라는 비난 섞인 말이 관계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나)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책임 전가의 징후

관계가 건설적으로 유지되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를 같이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그 초점이 ‘누가 문제를 일으켰는가’로 옮겨가며, 탓하기에 급급한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서로 상처 받은 마음이 크다 보니, 어떤 갈등이든지 “결국 당신 탓이잖아?”라고 결론 내리려 애쓰는 태도가 대화를 지배합니다.

2. ‘내 탓은 아니잖아!’라는 심리의 발동 원인

(가) 자아 방어 기제로서의 탓하기

책임을 회피하고 상대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종종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의식적 방어 기제로 작동합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다”라고 확신하며, 오히려 상대에게 문제가 있다고 몰아가는 것이지요. 이렇게 비난을 돌리면 일시적으로 마음이 편해지는 착각이 들지만, 결국 갈등의 핵심은 흐릿해지고 관계의 균열만 깊어집니다.

예시 멘트

• “네가 나한테 그렇게 했으니까, 나도 이럴 수밖에 없잖아.”
•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생각해봐. 전부 네가 불씨를 만든 거지.”

이처럼 ‘내 탓은 아니야’라는 심리는 자기 보호를 위해 남을 공격한다는 점에서, 이미 대화나 이해보다는 자기 합리화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만듭니다.

(나) 둘 사이에 남아 있는 불만을 돌려주는 방식

2편에서 다뤘듯이, 서로에게 쌓인 서운함이 이미 상당히 누적된 상황입니다. 그 감정적 잔여물들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네 탓이야”**라는 공격성을 띠면서 밖으로 뿜어져 나옵니다.애초에는 작은 실수나 오해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책임을 피하고 싶은 심리가 작동하면, 상대의 ‘부족함’만 부각시키며 “이 모든 건 네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야”라고 몰고 가버립니다. 갈수록 오해는 커지고, 사소했던 일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리는 것이죠.

3. 서로 탓하기가 관계에 미치는 악영향

(가) 대화의 본질적 목적 상실

건강한 대화는 문제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지, 감정을 어떻게 나눌지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네가 틀렸음을 인정해”라는 식으로 몰아가면, 대화는 말싸움이나 정당성 증명으로 전락합니다. 누군가의 입장을 들으려는 시도보다는 ‘누구 잘못인가’를 가리는 데만 집중하게 되죠.방어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자신을 합리화하다 보면, 사실상 소통은 단절됩니다. 말은 오가지만, 서로 들으려 하지 않고, 말을 꺼내는 목적도 이해가 아니라 비난이 되어버립니다.

(나) 감정적 거리의 심화

상대에게 계속 탓을 돌리는 상황이 이어지면, 탓을 받는 쪽은 마음의 문을 점점 닫기 마련입니다. “어차피 말해봤자 내 잘못이래. 들어줄 생각은 없나 봐.”라는 좌절감과 분노가 뒤섞이면서, 어느새 감정적 단절이 더 뚜렷해집니다.고착화된 탓하기 패턴은 신뢰와 공감대를 무너뜨립니다. 예전에 함께 웃었던 기억, 깊이 공감하던 순간은 사라지고, ‘우린 이제 서로 적대시만 하는 게 아닐까?’라는 극단적 생각에까지 도달하기도 합니다.

4. 일상 속 책임 전가의 구체적 예시

(가) 작은 문제도 상대 탓으로 몰아가기

그저 사소한 갈등이었던 일들도, 어느새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빌미가 됩니다.

일상적인 책임 전가 사례

• 집안일 문제: “내가 다른 집보다 일 많이 하는 게 다 너 때문에 그런 거야. 너는 절대 솔선해서 움직이지 않잖아.”
• 자녀 교육 문제: “애가 이렇게 버릇없이 큰 건 전부 네가 제대로 안 챙긴 탓이야.”
• 친구·가족 관계: “네가 그렇게 행동하니까 내 친구들이나 가족도 네가 불편하다고 하잖아.”

 

한쪽이 언성을 높이면 다른 쪽도 “그래? 그럼 내가 왜 안 움직이는지 알아? 네 태도가 너무 이기적이니까!”라며 반발합니다. 결국 ‘누가 먼저 잘못했는가’만 남고, 갈등은 더 깊어집니다.

(나) 감정 소모가 커지며 증폭되는 분노

서로 책임만 미루다 보면, 감정 소모는 급격히 커집니다. 시시때때로 “네가 불씨를 지폈다”고 몰아붙이는 환경에서, 상대도 움츠러들거나 공격적으로 되받아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충돌이 반복되면 어느새:

1. 작은 다툼 → 격해지는 말싸움 → 감정적 폭발
2. “왜 네 잘못을 나에게 떠넘기냐” vs. “원인을 제공한 건 너다”

이런 식으로 갈등의 복합도가 높아지며, 악순환이 지속됩니다. 자연히 친밀감은 흩어지고 적대감이 자리 잡습니다.

5. ‘탓하기’가 불러온 파국 – 더욱 멀어지는 두 사람

(가) 애정에서 적대감으로 변질되는 순간

처음에는 서로를 사랑하고, 함께 있으면 든든하다고 느꼈던 관계가 어느새 “서로를 몰아붙이는 전쟁터”로 바뀝니다. 사랑이란 단어보다는 서로의 허물을 파고드는 표현들만 난무하고, 갈등이 정점에 달할수록 섹스리스·감정 단절은 더욱 당연한 결과처럼 여겨집니다.결국, 어느 한쪽이 “우리,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문을 닫아버리거나 심리적으로 완전히 등을 돌리면, 그 순간은 근본적 신뢰 붕괴로 이어지는 기점이 됩니다.

(나) 다음 편(4편) 예고 – 소통 부재가 만들어낸 치명적 결과

책임 전가가 극에 달한 시점에서는, 사실상 대화를 다시 시도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이미 말 한 마디, 작은 문제 하나도 ‘공격’과 ‘반박’의 소재가 되기 때문입니다.4편에서는 이처럼 소통이 완전히 단절된 상황이 침실과 일상 전반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치는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감정적 거리가 커질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되지 못하고,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는 과정을 면밀히 다뤄보겠습니다.